‘성과연봉제’가 공공기관의 의무인 이유

2016. 06.03(금) 16:57

흔히 ‘민간기업 CEO는 한 건 잘 하면 평생을 먹고 살지만, 공기업 CEO는 백번 잘하다가도 주변 관리 한번 잘못하면 한방에 간다’는 말이 있다.

같은 맥락에서 조직경제학자 토마스(W. Thomas)는 ‘민간기업 CEO의 성공은 어떻게 많은 자원을 획득(Resource Acquisition)하느냐에 있지만, 공공기관의 CEO는 작은 성과라도 어떻게 고르게 나누느냐(Outcome Allocation)에 있다’고 한다.

내외부에 수많은 이해관계자(stakeholder)들을 관리해야 하는 공공기관 경영의 특징과 한계를 잘 간파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공공기관의 CEO에게는 힘 있는 외부 이해관계자 관리도 어렵지만, 까다로운 내부 직원들의 관리도 결코 만만치 않다.

공공기관의 CEO는 정부의 위임을 받아 공공기관을 관리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마땅한 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상호 의존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직원들의 성과를 적절하게 배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토마스는 “공공조직에서 성과를 배분하는 것은 박수 칠 때 어느 손이 더 기여하였는가를 구분할 수 없는 것과 같이 어렵다”고 했다.

그렇다면 어렵다고 해서 이를 포기하여야 하는가?

최근 조직 동기부여(motivation) 연구 분야에서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이론이 에덤스(J. Stacy Adams)의 ‘공정성(equity)이론’이다.

어느 조직에나 꼭 필요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있으나마나 한 사람, 있어서 오히려 해가 되는 사람도 있다.

이런 내부 조직 환경 속에서 구성원들을 모두 기계적으로 공평하게 대해야 할 것인가?

에덤스는 어떤 경제·사회적 보상보다도 엄격한 실적 평가에 바탕을 두고 공정하게 성과를 배분하는 것이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고 지속 성장하는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가 한 노력과 성과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구성원들의 욕구를 파악하여 이를 최대한 만족시켜 줄 것을 강조한 ‘욕구-만족이론’ 보다는 훨씬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시장에서 치열하다 못해 처절한 경쟁을 겪고 있는 국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돈을 지키는 것도 아닌, 배분을 가지고 공공기관에서 왈가왈부 하는 것이 호사로 보이지 않을까 염려된다.

실질적으로 조직 내부에서도 열심히 일하고 더 많은 성과를 냈지만 입사가 늦다고 해서 보상이 낮을 수밖에 없는 낡은 호봉제를 진정 얼마나 많은 구성원들이 지지하고 있을까?

호봉제를 근간으로 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1년 미만 근속자 대비 30년 이상 근속자 임금수준은 2010년 3.43배에서 2014년 3.72배로 올라갔다는 보도를 우리는 어떻게 이해하여야 할 것인가?

이제 공공기관에서 공정한 성과배분은 공공기관의 지속 성장의 전제 조건이 되었고, 공공기관 CEO의 핵심 임무가 됐다.

첫째, 공공기관의 CEO는 변화를 두려워하는 직원들에게 새로운 글로벌 트랜드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할 것이다.

IMD 국가경쟁력보고서에서 밝힌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정부 효율성은 올해 28위에서 26위로 상승한 반면, 기업 효율성 순위는 37위에서 48위로 급락했다.

이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경쟁력 순위가 1년 새 35위에서 51위로 16단계나 하락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한다.

선진국은 오래 전에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가 보편화되었고, 우리나라와 조직 문화가 비슷한 일본에서도 20년 전에 이미 성과주의 임금체계로 전환했다.

일본 조직문화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종신고용과 호봉제적 임금체계는 저성장·고령화 시대에서는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음을 일찍부터 직시한 것이다.

우리 공공기관의 직원 수는 경제 인구의 1% 밖에 되지 않지만 정부 예산의 1.7배의 예산을 쓰고 있는 선택된 소수(privileged a few)들이다.

이렇게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공공기관에서 선도적으로 성과주의 문화를 확산시켜나가는 것은 공공기관에 요구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이다.

둘째, 공공기관의 구성원들이 성과연봉제에 대한 실체를 올바르게 이해하도록 하여야 한다. 예를 들면, 노조에서 강조하고 있는 ‘성과연봉제=쉬운 해고’라는 주장은 분명한 오해이다.

공공기관의 해고는 태생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해고를 위해서는 인사상담과 고충처리, 보직전환, 교육기회 등 3단계 이상의 절차를 거치도록 제도화 되어있다.

셋째, 구성원들이 자기 성과에 매몰된 나머지 팀웍이 무너지는 것을 경계해야 하고, 제도 확대에 따른 부작용이 무엇인지를 세심하게 모니터링 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평가의 왜곡으로 인해서 공정하고(Fair) 즐거운(Fun) 직장 문화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개인의 실적과 부서 및 기관 전체의 실적이 서로 잘 연계되도록 평가방법을 설계하여야 한다.

공정한 평가에 바탕을 둔 합리적인 임금체계는 서로를 신뢰하면서 신나는 일터를 가꾸어가는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진정한 Fun 경영의 초석이다.


이상철 부산대 공공정책학부 교수 env-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