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지신(溫故知新)

2016. 07.08(금) 10:32

모든 사람들은 행복해지기를 원한다. 우리 국민도 마찬가지일 게다. 유엔의 세계행복보고서는 금년 우리 국민의 행복지수는 157개국 중 58위라고 발표했다.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행복을 어떻게 순위로 매길까 할지 모르지만 작년 47위에서 더 추락한 결과라는 사실에는 웬지 씁쓸하다. 일반적으로 행복지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요소에서는 꾸준히 올라가고 있고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뒤에도 미약하나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공동체의식, 관용, 부패인식 등 정치·사회적 항목 점수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정체되거나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우리가 사방이 막힌 절벽 아래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르신들은 빈곤 때문에 행복하지 못하고 청소년과 어린이는 비경제적인 요소 때문에 행복하지 못하다. 불과 40~50년 전까지 우리나라는 푸른 산은 구경할 수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매우 가난하고 위험한 나라였는데 지금 우리나라는 어딜 가도 관광자원이 되지 못할 자연이 없고 치안에서는 이만큼 안전한 나라도 없는데 왜 모두가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게임의 규칙은 이미 달라져 있는데 주변의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바삐 뛰기만 한 까닭인가 보다. 국제적으로 IT 발전 및 세계화로 이미 지구촌이 하나의 시장으로 묶여져 있는 상황에서, 과거 압축성장의 추억을 살리는 노력만으로는 OECD 국가의 체통을 유지하면서 우리나라가 완전고용 성장률 8%는 물론 3%의 성장도 불가능해 보인다.

이젠 생각했던 대로 무작정 뛰기만 할 것이 아니라 소중한 것을 놓치고 가는 것이 없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행복이라는 것이 목적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과정에서도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인터넷 지식백과에 따르면 온고지신이란 옛 학문을 되풀이하여 연구하고, 현실을 처리할 수 있는 새로운 학문을 이해하여야 비로소 남의 스승이 될 자격이 있다는 말로 정의된다. 역사를 배우고 옛 것을 배움에 있어, 옛 것이나 새 것 어느 한 쪽에만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즉 전통적인 것이나 새로운 것을 고루 알아야 스승 노릇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하여 압축성장을 이룩했다면 오늘은 그 성장의 가치를 높이기 위하여 누락된 부분을 보완하여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도 선진국의 문을 열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늘의 닫힌 문을 탓할 게 아니라 우리부모 세대로부터, 압축성장하는 동안에는 잠시 보관해두었던 지혜를 빌려와야 할 듯하다.

돌이켜보면 60~70년대, 우리주변 대부분은 궁핍한 탓에 명절이나 제사때만 쌀밥을 구경할 수 있었는데, 제사 때 우리 아버지들은 그 귀한 쌀밥을 나누기 위해 이웃들을 초청하셨다. 그러다가 어떤 날은 자식이 먹어야할 쌀밥까지 가져오시어 당신 자식을 챙기는 대신 이웃을 먼저 대접하기도 하셨다. 그것이 얼마나 우리부모님들의 위대한 지혜였는지 절벽 앞에서 절실히 느낀다. 김용택 시인의 어머니 이야기는 더욱더 많은 걸 느끼게 한다. 집안 보일러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마당으로 뜨거운 물을 빼낼 수밖에 없었는데 김시인의 어머니께서 땅을 향하여 "눈 감아라, 눈 감아라" 하시며, 땅에서 기거하는 이름 모를 벌레들까지 돌보는 마음을 가지셨다 고 한다. 우리 부모님들은 이웃은 물론 자연과 함께하는 지혜를 가졌다. 그 유전인자가 우리 정신세계 어딘가에 잠재해 있을 거다.
최근 정부는 ‘크리에이티브 코리아(CREATIVE KOREA)’를 대한민국의 새로운 국가 브랜드로 확정했다. 지금 우리가 서있는 이곳이 절벽이 아니라 닫힌 문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것 같아 천만다행이다. 우리세대가 압축성장으로 세계 속에 우뚝 섰다고, 같은 방법으로 선진국으로 갈 수는 없는 일일 것이다. 그래서 미래는 우리 부모님들의 지혜에 우리와 우리 후손들의 IT 지식과 창의력이 결합된 창조산업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어찌 우리 조상들만 해법을 가지고 있었겠는가? 헬렌 켈러도 그의 시‘행복의 문’에서 ‘행복의 문 하나가 닫히면 다른 문들이 열린다. 그러나 우리는 대개 닫힌 문들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우리를 향해 열린 문은 보지 못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절벽이 아니라 닫힌 문 앞에 서 있었던 것이다.


김영신 위원 fallbird@apcc21.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