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스위스, 혁신 방향의 닮은 점과 다른 점

2016. 08.01(월) 09:52

모든 분야에서 혁신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이때, 지구상에서 가장 혁신적인 국가가 어디일까? 혁신의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한국과 스위스를 지칭하는 통계가 많다. 지난 1월 ‘2016년 블룸버그 혁신지수(스위스 5위)’에 이어 최근 발표한 ‘유럽 혁신 점수표 2016 보고서’에서도 우리나라가 ‘글로벌 혁신 실적’ 1위(스위스 4위)를 차지했다. 반면에 미국 코넬대학, 프랑스 인시아드, 세계지적재산기구가 합동으로 발표한 세계 각국의 혁신역량 측정결과에 대한 세계혁신지수(Global Innovation Index, GII)에서 1위는 스위스이고, 한국은 14위를 기록하고 있다.

50개국을 대상으로 연구개발투자 등 7개 부문으로 국가별 점수를 매기는 블룸버그 혁신지수가 혁신의 기초체력이라 할 수 있는 R&D를 양적 개념으로 평가한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리고 한국은 한국인 특유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성과와 연결을 짓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한국이 지금 지구상에서 가장 강박적으로 혁신적인 국가 중 하나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을 것 같다고 표현했다. 또한 인적 자원·연구시스템·재정 및 지원·기업투자·지적재산 등 25개 요소를 토대로 비교·분석해 ‘글로벌 혁신 실적’의 순위를 매긴 ‘유럽 혁신 점수표 2016 보고서’에서는 신규 박사학위 수, 해외 라이선스 및 특허 수입, 지식집약형 서비스 등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으나 혁신국가로서는 손색이 없다고 판단했다. 세계혁신지수(GII)는 141 개별 국가의 혁신에 관한 투입요소와 성과 요소의 평균 점수를 지수화해서 각국의 혁신 수준을 평가한 것으로 측정모형은 7개 부문, 21개 항목, 79개 세부지표로 구성되어 있다. 흥미로운 것은 79개 항목 중 스위스는 기업환경(28위), 교육(28위), 정보통신기술(41위), 전반적 인프라(26위)를 제외한 항목이 모두 25위 이내라는 것인데 한국은 이 중에서 교육(35위)를 제외하고 기업환경(4위), 정보통신기술(1위), 전반적 인프라(12위)가 모두 상위권에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계획된 하드웨어에 강점이 있는 반면 스위스는 자연스러운 소프트웨어적 문화에 강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OECD를 포함한 34개국의 공동체의식 등 11개 부문의 2015년 국민행복지수(Better Life Index)비교에서도 감지된다. 스위스는 4위, 한국은 27위에 위치해 있음으로써 스위스 국민이 훨씬 행복할 것이라는 믿음에는 자타가 공인한다. 그런데 이 지표들 중 시민참여와 공동체의식 두지표 간의 관계 분석 결과가 흥미롭게 나타난다. 스위스는 지표 ‘공동체의식’이 2위인데 반해 지표 ‘시민참여’는 31위이고 한국은 지표 ‘공동체의식’에 대한 순위가 34위인데 반해 지표 ‘시민참여’는 4위로서 두 나라가 두 지표에 대한 인식이 정반대로 나타난다. 연구에 따르면 시민참여는 참여하는 시민들에게 공동체 의식을 배양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래서인지 34개 비교대상 국가 중 두 지표간의 관계가 한국과 스위스만큼 상반된 결과를 가진 국가는 없다. 그러면 시민참여가 낮은 스위스가 왜 공동체의식은 높은가? 그것은 국민행복지수가 가진 설문조사의 한계 때문이다. 스위스는 기본적으로 직접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시민참여도는 높은 편이다. 다만 자주 투표를 하다 보니 국민투표율은 저조한데 국민행복지수의 설문조사는 국민투표율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면 한국은 시민참여는 높은데 공동체 의식이 낮은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이것은 1960년대 이후 산업화과정에서 압축성장을 견인하면서 1980년대 민주화가 시민참여는 높였으나 공동체의식을 높이는 데는 기여하지 못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산업화와 민주화가 빠르게 진행되다보니 그 과정에서 사회이슈가 되는 정책의제에 대한 정보공개, 시민홍보, 그리고 시민교육 등에 대한 정부의 적극성 부족이 공동체의식을 회복할 환경을 조성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먼저 공동체에 관한 정보를 많이 접하면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이는 시민의 공동체의식으로 연결될 수 있음은 이미 연구자들이 밝힌바 있다.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제9조 녹색성장국가전략에는 교육·홍보가, 동법 제58 및 59조에는 범국민적 녹색생활 운동 전개와 아울러 녹색생활 실천을 위한 교육홍보가 포함되어 있다. 공동체의식이 높은 국가는 기후변화 대응에도 능동적이라고 한다. 그리고 공동체의식을 강화하면 국민이 행복해진다고 한다. 문제는 정부를 포함한 거버넌스의 적극적이며 지속적인 실천이다. 창의력과 사물인터넷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것이라는데 스토리도 많고 아이디어가 출중하며, 정보통신기술이 1위인 한국이 이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는 것도 연구대상이다.
APEC 기후센터 전문위원 김영신



김영신 위원 fallbird@apcc21.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