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의 교훈과 철학(고구마의 가르침)

2018. 11.05(월) 09:46

농학박사 정병춘 -한국 고구마산업 중앙연합회 고문 -전 농촌진흥청 작물과학원 목포시험장 장장

30여 년간의 고구마 연구를 통해 고구마의 생리 생태 속에 질서정연한 규칙이 있음을 깨달으면서 고구마는 하늘이 인류에게 내린 귀중한 선물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기에 여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고구마의 지상부(줄기와 잎 등)의 생육특성이나 지하부(뿌리, 괴근 등)의 특성에는 우리 인간들이 본받아도 될 만한 훌륭한 가르침(교훈)이 있으니 고구마의 헌신봉사와 효와 우애의 정신이다. 또, 고구마를 우리나라에 전래한 조엄 선생의 애민정신이나 재배법을 연구하여 정착시킨 강필리선생의 기록하는 습관과 과학정신은 우리 고구마 인들이 본받고 실천해야할 가치가 있는 정신이며 철학이다. 고구마를 생산 판매하는 농업인은 물론 모든 고구마 소비자들이 삶의 철학으로 삼아 실천해주기를 기대하며 후세들에게도 전달해 주기를 기대한다.

<헌신봉사 정신> 고구마는 온몸을 우리 인간에게 바치는 헌신봉사 정신이 투철한 작물이다. 뿌리는 인간의 대용식량으로, 지상부의 잎자루나 잎은 나물용(채소용)이나 국거리용으로 애용되고 있다. 그야말로 인류에게 온 몸을 바치며 봉사하는 작물이라 아니할 수 없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우주선에서 재배할 수 있는 몇 가지 작물 중 하나로 고구마를 선택하였는데 줄기와 잎자루와 잎과 고구마 모두를 식용으로 이용할 수 있어서 우주공간을 오염시킬 부산물이 없기 때문이라는 얘기이다. 또 2차 대전 때 필리핀 포로수용소에 있던 수많은 포로들이 고구마 팁(Tip, 끝순, 고구마 줄기 생장점에서 15cm정도까지의 꼭지순)으로부터 비티민 C를 공급받았기 때문에 괴혈병을 예방할 수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흉년들었을 때나 춘궁기에 고구마는 구황작물로 서민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준 작물로 알려져 있다.
<효(孝)와 사랑의 정신> 씨 고구마를 묻은 묘상이나 직파재배(直播, 잔고구마를 그대로 본 밭에 심는 방법)의 경우, 괴근 비대과정에서 어미의 사랑과 자식의 효의 정신을 아울러 볼 수 있다. 우리가 씨 고구마를 묘상에 묻어 싹을 틔우고 키워서 묘로 사용한 다음 묘상의 씨 고구마를 캐내게 되는데 이때 늙은 씨 고구마의 한 쪽에 새로운 살이 붙어있음을 볼 수 있다. 또는 씨 고구마에서 새로운 뿌리가 나와 비대 된 고구마가 달리기도 한다. 이 경우 늙어버린 씨 고구마를 무강(어미고구마, 親藷)이라고 하고 친저에서 뿌리가나와 비대된 것을 친근저(親根藷)라고 한다. 묘상이나 직파재배의 경우 처음에는 어미고구마로부터 영양을 공급 받아 묘가 자라지만 묘가 어느 정도 자라면 그 묘의 잎에서 광합성으로 만들어진 물질이 쭈그러진 어미고구마의 몸을 채우기 시작한다. 어미고구마는 자식인 묘를 키우기 위해 자기 몸을 분해하여 먹이로 공급하는 자식 사랑을 열심히 실천하고, 자식인 묘는 햇볕만 받으면 열심히 일(광합성)하여 합성한 물질을 어미고구마에게 돌려주는 효행이 교대로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어미의 자식사랑과 자식의 효행이 필요에 따라 번갈아 일어나는 장면을 인간의 모습과 비교해 볼 때 어찌 아름답다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우애정신, 경로사상> 고구마의 괴근 분화비대 특성에서 형제간에 우애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고구마 묘는 본밭 두둑위에 심어진 후 45일 내외에 자기 일생동안 키워낼 고구마가 될 뿌리를 결정하게 된다. 그 이후에는 고구마가 될 뿌리는 만들어지지 않으며 비대 속도는 괴근 분화 순서대로 커진다. 제일 큰형이 먼저 커지고 그다음 둘째가 커지고 그다음 셋째가 커진다. 품종 간 차이가 있지만 그 순서가 어긋나지 않고 거의 지켜진다. 서열의식을 제대로 지키며 형을 형으로 어른을 어른으로 선배를 선배로 인정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현상이 고구마를 통해서 볼 수 있는 우애정신이요 경로사상이다. 이상은 고구마 생육이나 비대특성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들이다.

<애민정신과 과학정신> 다음으로 고구마를 재배할 때나 고구마를 먹을 때, 판매하여 소득을 올릴 때 반드시 생각해야하는 철학이 있다. 고구마를 전래한 조엄 선생의 애민정신과 강필리 선생의 농부가 지녀야할 과학적사고의 실천 철학이다. 백성의 굶주림을 걱정했던 조엄 선생은 1763년 일본에 통신정사로 가는 길에 대마도에서 고구마를 보고 굶주림에 허덕이는 백성들을 생각하여 종자용 고구마를 구입, 부산진 첨사에게 바로 보냈고 1764년 귀국할 때도 지난해에 보낸 것이 걱정되어 또, 고구마를 가져와 저장기술까지 강필리 첨사에게 전달하였다. 조엄 선생 이전에 두 번의 통신사가 대마도를 지나갔으나 고구마를 가져오지 않았지만 조엄 선생은 갈 때 전달하고 올 때 직접 가져왔으니 그 애민정신은 칭찬받을 만 한 것이다. 새로 부임한 강필리 첨사는 고구마를 받고, 조엄 선생의 애민정신을 생각하며 온갖 방법과 정성을 다해 연구하여 고구마 재배법개발에 성공하였다. 그 당시 여러 사람들이 고구마를 가져다가 연구하였으나 모두 실패하였고, 오직 강필리 첨사만 성공한 것이다. 지금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는 조엄 선생의 애민정신과 강필리선생의 집념어린 과학정신을 본받아 소비자들에게 건강과 행복감을 줄 수 있도록, 맛있고 보기 좋고 병들거나 오염되지 않은 안전한 고구마를 생산하여 공급한다는 철학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기위해서 강필리선생의 과학정신을 생각하며 과학적인 농법으로 고구마를 재배하여야 한다. 소비자로부터 신뢰받는 고품질고구마를 생산하기위해서 토양과 품종선택을 잘하여야하고, 적기재배, 적법재배기술과 윤리경영, 윤리소비 등의 자세가 필요하다.

<맺는 말> 현재 건강식품으로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우리나라 고구마 산업은 비교적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고구마 가공식품 수입량이 늘어나고 있어서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고구마 가공식품 수입이 계속 증가한다면 어느 시점에서 생고구마 소비량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고구마 가공 사업을 다양화 시키고 확장시켜 수입을 억제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고구마는 사랑하는 우리 후손인 어린이들도 잘 먹고 있다는 생각을 잊지 말고 재배 유통 가공 전 과정에서 농약이 잔류되거나 오염되지 않도록 유의하는 등 윤리강령을 철저히 지켜야할 것이다.
또 고구마를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교훈과 철학을 한국 고구마 산업 2세대들이 적극 실천하고 생활화하여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 한국 고구마 인들의 품격이 높아지고 국내외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높아져 한국 고구마의 명성과 세계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시중에서는 건강기능식품으로 고구마가 많이 소비되고 있다. 우리 고구마 농업인들이 과거에 비해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국민건강기능식품 공급자라는 명예로운 자부심을 가지고 나라와 사회발전과 행복지수 제고를 위한 고구마 인들의 기여도를 높여 가야 할 때가 되었다. 우리 주변에는 어려운 이웃들이 많이 있다. 그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사랑의 선물을 줄 수 있는 한국고구마 농업인들이 되어주길 기원하며 이글을 접는다.



[茶齋 정병춘(丁秉春) 농학박사]
-한국 고구마산업 중앙연합회 고문
-전 농촌진흥청 작물과학원 목포시험장 장장
- e-mail : bcjsro77@hanmail.net

-학력
1965.3.5-1968.2.25 광주농업고등기술학교 졸업(차재배, 제다, 다도)
1981.3.1-1986.2.28 한국방송통신대학 농축과 졸업(농학사)
1986.3.1-1991.2.26 전남대학교 대학원 농학과 졸업(농학석사)
2000.3.1-2003.8.21목포대학교 대학원 원예학과 졸업(농학박사)
-경력
1968.9.1-1970.8.31 무안군 몽탄면사무소 (지방농업기원보)
1970.9.1-1979.3.14 신안,무안,화순군 농촌지도소 (농촌지도사보)
1979.3.15-2008.5.31 농촌진흥청 작물과학원 목포시험장
(농업연구관, 고구마연구실장, 차연구실장, 장장)
2010.1.1-2012.12.31 한국연구재단 전문경력인사초빙활용사업(차, 고구마)
-기타경력
1. 한국작물학회부회장, 한국차(茶)학회 부회장, 편집위원장, 윤리위원장(현)
2. 한국고구마연구회장 역임, 한국고구마산업 중앙연합회 고문(현)
3. 한국종자포럼 부원장(현), 한국민간육종가협의회 식량특용분야회장(전)
4 한국차중앙협의회 부회장(현) 5. 의재 철학사상 교육원 추진위원장
6. 해외농업자원개발 사전조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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