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와 사회적경제

2019. 01.06(일) 16:39

제주특별자치도에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기상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 있다. 우리나라 인구 비중 1.2%인 제주도이지만 전체 기상관서 전문인력 중 20% 이상이 제주도에 상주하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놀라울 것도 없다. 오히려 이상한 것은 지난 4월 발간된 지역신문에서 “2015년 제정된 이 조례가 관련 시장 여건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조례에서 정하고 있는 기본계획·시행계획 수립, 위원회 구성 등이 전혀 이행되지 않고 있다”라는 구절을 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보는 제주혁신도시로 이전한 국립기상과학원을 활용한 지역산업 육성 방안을 연구하는 행운을 얻은 덕분에 특별한 경험을 하면서 터득하게 된 것이다.

2009년 국가 태풍센터 유치, 2014년 국립기상과학원 이전, 2014년 제주특별자치도와 기상청간 업무협약서 체결, 2018년 기상기후산업창업보육센터 설립까지 매우 체계적으로 그리고 꼼꼼하게 준비해왔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에 실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더구나 2016년 11월 발간한 ’제주특별자치도 기상산업 육성 및 발전 방안 연구‘에 따르면,
“국내 기상산업의 민간시장이 협소함을 고려할 때 지역 산업 육성에도 한계가 있으나 기상기후 관련 다양한 기술개발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응한 맞춤형 서비스의 지속적인 개발과 개선, 그리고 산업부문별 기후변화 취약성 및 적응대책 지원을 위한 맞춤형 기상서비스 공급체계 구축이 필요하고,
특히, 제주지역은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라산을 비롯하여 오름, 하천 등이 분포하고 있어 기상예측이 다른 지역에 비해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고, 기상정보에 대한 대가 지불의사도 상대적으로 약했다. 제주의 1차산업, 관광·레저업, 건설업 등을 지원할 수 있는 기상산업 육성방안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탄소없는 섬을 지향하는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신재생에너지산업 등 미래신성장 동력산업 등과 연계하여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구체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2013년 「공공데이터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정·시행으로 정부의 공공기상기후서비스 민간 이관으로 기상기후산업 저변이 확대되었으나, 기존 기상기업의 수익모델에는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다. 사회적경제는 이러한 정부와 시장의 실패를 시정하고 보완하는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출현했다. 기상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기상정보의 공공재적 특성, 기상정보의 불확실성과 고부가가치성을 염두해 두고 소셜벤처로서 비즈니스 모델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사회적 프랜차이징을 위한 기상기후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의 프로토타입으로서 제주 지역은 제도와 전문인력 등에서 매우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다만 시·공간적인 고해상도 공공기상기후데이터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 기술은 공공성이 워낙 강하여 민간기상기업이, 기상기후학적인 전문성과 전지역 문제라는 보편성이 강하기 때문에 특정 지방자치단체가, 오차와 안전에 대한 책임성이 커서 정부가 단독으로 사업화에 도전하기 어려운 과제이다. 이러한 문제로 국가기능의 대대적인 지방이전 시에도 기상업무기능은 이전되지 못했다. 그만큼 지역 기상산업 육성에는 정부와 사회적경제의 역할이 크다. 서로가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합의에 의하여 제정된 기상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일지라도 이행되지 못하고 국가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협할 수도 있다.

사회적협동조합 서울단비 이사장 김영신 fallbird5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