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에 살어리랏다!

2013. 08.28(수) 11:04

집이란 무엇일까?
인간이란 태어나 살면서 열심히 일한 후 조용히 회복을 위하여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나만의 안락한 공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휴식의 공간이 주거공간이다.
이러한 생활을 충진 할 장소인 주거공간을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투기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최근에 와서 뜻하지 않은 자연 재앙이 나타나면서 지구의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제는 지구를 친구처럼 함께 도우며 가야할 시점이다. 우리 주거 공간 또한 인간과 함께 가야 한다면 어떠한 주거공간이 가장 이상적일까? 수많은 해법이 있지만 나는 하나의 대안으로 한옥을 이야기 하고 싶다.
한옥은 자연적인 재료를 사용하였으며, 주변과의 연계성, 인간과 함께 호흡을 할 수 있는 등 매우 유혹적인 주거방식이라 본다.
집이란 짓는 사람의 생각이 투영되어 지어진다. 개인의 생각과 가족의 형태, 주거에 대한 가치관, 가족의 취미 등 너무나 많은 가족의 변수를 담아내야 할 것이다. 주변의 산세와 어울리면서 가장 아름답고 멋스러움을 담아낼 수 있다면 진시황이 부럽지 않으리라..
옛 조상들의 철학적이면서 합리적인 사상이 담겨져 있는 한옥에 대하여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
첫째, 기단의 미학이란 무엇일까?
아름다움에 대한 가치관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 고려시대의 아름다움은 청차 였다면, 조선시대는 백자였다. 이러한 미학의 차이는 한옥에도 반영되어 고려시대 까지는 잘 다듬은 돌을 기단을 사용하였던 것이 대부분이었으나, 조선시대에 와서는 주변을 돌을 가져다 자연스럽게 쌓아 올리는 형태가 많았다.
둘째, 처마의 높이 및 내민 길이에 숨여 있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미학은 무엇일까?
한옥에서는 툇마루에 앉으면 처마가 나지막히 앞으로 나와 있다. 초석 상면 기둥 중심선에서 약 30° 정도의 각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는 계절에 따른 태양의 남중고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계절에 따른 태양광선의 실내 유입량 조절하거나, 벽체나 창호에 빗물의 들이침을 방지하는 숨여 있는 과학적 사고가 있다.
셋째, 한 여름 모시옷을 입고 대청마루 위에 앉자 자연의 시원함을 느끼자 무더운 여름 대청마루에 앉아 앞을 보면 가슴이 확 트인 것 같다. 뒤의 판문을 열어 젖히니 뒷산의 아름다운 경치가 판문의 액자속에 들어오니 한폭의 그림과 같다.
넷째, 우리가 사는 공간이 좁다고 하는디, 한옥의 사분합문의 기능에 깜짝 놀라다.
모름지기 집에는 사람이 많아야 되는 법. 무더운 한여름인데도 객이 많아 대청마루 가득하니 방까지 내어 주는 구나. 행여 방안에 있는 객들이 더울까봐 문을 열어도 덥구나. 다시 한번 더 들어 올리니 바람도 시원하고 바깥과 하나나 다름없다.
다섯째, 정자에서 바라보는 경치를 집에 즐길 수 있는 지혜를 배우자 (누마루 미학)
산 능선의 정자에 앉아 자연과의 대화를 하고 싶으나 시간이 허락하지 않구나.
정자의 정취를 느끼고 싶어 사랑채 앞에다 누마루를 만들어 그 위에 앉아 책을 보니 신선이 따로 없구나.
여섯째, 창과 문의 차이 및 머름이 갖는 깊은 뜻에 한번 크게 웃는다.
한옥의 입면에서 창호는 똑 같으나 머름이 있으면 창이 되고, 없으면 문이 된다. 간혹 한옥를 모르는 사람은 창으로 들어가는데 이는 무지함의 표현이라고 할까? 머름대의 높이 450-540mm정도의 높이다.
안방에는 부부가 한낮에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마당에서 하인이 대낮에 안채의 마님을 부른다. 마님의 다소곳이 주변을 정리 한 후 앉자 문을 열고 팔을 머름 위에 살포시 얹으니 마당의 하인은 마님의 얼굴만 보인지라.. 어허 문 머름의 높이에 이러한 생각이 있을 줄이야,, 마당에서 머름 상부까지의 높이가 우리 눈 높이 정도이니 시선의 차단이 기가 막히는구나.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다. 주변의 경치와 어울리다 보니 어느덧 겨울인가 보다. 사분합문 내리고 나서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방안으로 들어오니 훈훈하다.
일곱째, 장유유서의 기능이 한옥의 온돌에 있다.
추운 겨울 아랫목의 따뜻함을 느낀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아랫목은 단순한 따뜻함을 넘어 가정의 제일 웃어른이 앉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손녀를 무릎에 앉히고 있으니, 가정의 위계질서를 안방 온돌이 자연스럽게 형성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덟째, 창호지는 살아 숨쉬고, 창살과 어울려 은은함을 엿볼 수 있다.
김치는 옹기에 넣어야 맛이고, 방안에서 밖의 풍경은 창호지를 통하여 보는 것이 아름다움이리라. 창호지가 낡아 낮에 마음 먹고 새롭게 바르니 창살에 비치는 은은함과 상쾌함을 그 누가 알기나 할까. 저녁 먹고 방안에 앉으니 보름달이 창을 통해 은은히 나의 마음를 설레이게 하는구나. 달빛과 함께 주변의 나무가 나의 마음을 아는가 보다.
아홉째, 주인의 손이 지붕의 모서리 처마에 까지 공들여 부채처럼(선자연서까래) 만드는구나.
지붕아래의 모서리의 서까래를 추녀를 중심으로 부채살 모양으로 펼쳐진 형태로 만들었으니 중국과 일본에서는 볼 수 없는 이 오묘한 미학을 지구 어디에서도 찾아보지 못하는 구나
처마에 고드름이 하나하나 열렸구나. 그 고드름 끝에서 물방울이 한방울 한방울 지시랑청 아래 마당에 규칙적 혹은 불규칙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피아노 반주 하는 듯하다.
은은한 판소리와 함께 한옥의 대청에 앉아 있으니 청산별곡의 구절이 한옥 속에 다가오는구나.
살으리 살으리랏다 한옥에 살으리랏다
머래랑 다래랑 먹고 한옥에 살으리랏다
울어라 새여 자고 일어나 한옥의 마당에서 울어라 새여
너보다 시름이 많은 나도 창호에 비친 우수의 달빛에 울도다
이럭저럭 낮은 대청에 앉아 뒷산의 경치를 보며 지내왔지만
올 이도 갈 이도 없는 긴밤 방 아랫목에 앉아 어찌할 것인가?
어디에 던지던 돌인고 누구를 맞히려던 돌인고?
미워할 사람도 사랑할 사람도 없이 한옥의 대청에 앉자 아름다운 경치만 바라보고 있노라
< 청산별곡 개사 >


* (사)한국건축역사학회 정회원

문영식-* 서울호서전문학교 실내건축과 교수, 공학박사 env-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