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생태계
| 2016. 05.25(수) 17:44 |   |
|
물론 이 어종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억울할 일이다. 큰입배스와 불루길은 태생적으로 고인 물을 기반으로 하여 살아가는 어종이기 때문에 인간의 개입이 없다면 하나의 하천을 점령하기까지는 수 십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다. 1973년 미국 루이지애나의 양어장에서 3~4cm 크기로 자란 큰입배스 500마리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큰입배스들은 팔당호를 포함하여 북한강의 조종천과 토교저수지에만 방류되었지만 이후 일부 양식업자가 가두리에서 사육하던 중 방류 또는 유실되거나, 낚시꾼들에 의하여 전국적으로 많은 수계에 방류되었다. 일부는 분포수역과 연결된 수로를 타고 확산되어 현재는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다. 그나마 블루길은 일본을 통해 어떨결에 우리나라에 도입되었지만 자원으로서 역할도 큰입배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한국에 도입결정도 한국 사람이 했고 이동성이 높지 않는 이들을 전국에 확산시킨 것도 인간이다. 가해자는 여기에 대한 반성이 없는데 애매하게 처벌 대상이 되니 할 애기가 많을 법하다. 뿐만 아니라 이 땅에는 천적으로 거론되는 수달, 끄리, 강준치, 가물치, 쏘가리 등도 존재하는데 할 수 있는 것은 해보지도 않고 긴급하다는 이유로 살해되니 억울할 노릇이리라. 인간의 이기심과 개발이 정도를 지킨다면 수 만년 흘러오던 물길을 바꾸어 먹이사슬을 갈갈이 찢어놓지만 않는다면 힘없는 새우와 하찮아 보이는 망둑어가 큰입배스의 천적기능을 하게 될 수 있다. 수 천마리 민물고기들 틈에 소수의 큰입배스들이 번식하고 있으면서 오래전 성공적으로 정착하여 알맞은 개체수가 조절된 경우도 있다. 인간이 단기적인 안목과 성과를 위해서 무작정 수중 생태계에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 큰입배스와 불루길이 생태교란어종으로 찍힌 것은 우리의 실책일지도 모를 일이다.
이러한 실책이 어디 큰입배스와 불루길 문제뿐이랴!
기후변화 대응 문제도 마찬가지다. 호모사피언스의 탐욕이 기후변화를 야기한 주요 원인이라는데 대해서는 공감대가 이미 형성되어있는 터이니 만물의 성장답게 지구생태계에 대해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자연생물이 적응할 수 있도록 환경조성이라도 앞장서야 한다.
적응은 생물이 서식 환경에 보다 유리하도록 하는 과정을 나타내는 생물학의 기본 개념으로 생물 생존의 가장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다양한 생물 집단은 처해진 환경에 의해 발생하는 자연선택에 의해 생존에 적합한 개체만이 살아남은 결과, 서식 환경에 적응하게 된다. 그런데 지금은 호모사피언스의 어리석음으로 자연 생물은 물론 자신마저도 적응하기 힘든 환경이 됐다. 그 결과 IPCC의 2014 평가보고서가 지적했듯이 일부 생물은 그 대응 속도가 느려서 기후변화에 맞추어 적응하는 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우리가 미국 공화당의 대통령후보 도널드 트럼프나, 북한의 최고 권력자 김정은을 경계하는 이유도 그들만의 고립주의가 스스로를 파멸로 몰고갈 뿐만 아니라 생태계를 파괴시킴으로써 지구의 미래를 불행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post 2020 온실가스의 국내 감축노력 25.7%로, 에너지 신산업시장을 열겠다면서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자체 노력은 그대로 인 상황에서 온실가스 배출책임을 해외로 떠넘기며 새 기후변화 체제에 아무런 노력없이 들어가려고 하는 우리나라가 생태계를 어지럽히는 그룹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생태교란어종으로 지탄대상이 된 큰입배스가 “내가 하면 생태교란이고 한국이 하면 국익이 먼저인가요?” 따진다면 우리가 준비한 답변이 뭘까 그것이 궁금하다.
김영신 위원 fallbird@apcc21.org
